재작년 11월부터 시작한 중국소설 원서가 이번 달까지 총 15권이 되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중국원서를 읽는다고 하니 중국어를 매우 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영어 책 읽는다고 영어로 대화를 잘하는 것이 아니듯, 중국어도 그런 상태이다.
문득 복습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묘필기 1권을 펼쳤보았다. 막막했던 작년 5월이 떠오른다.
도묘필기 시리즈 중국드라마인 '중계지극해청뢰'와 '종극필기'를 보며 도묘필기 소설이 너무 읽고 싶어 구입했었다. 막상 도묘필기 1권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그 막막함이 떠오른다. 검은 것을 글씨요, 흰 것은 여백이라는 이야기가 딱 이 상황이다. 워낙 초보 수준이라 도굴 도구, 묘에 대한 용어, 기이한생물체에 대한 작가가 만든 고유명사, 가벼운 욕 등이 거의 나오니 문장 하나에서 단어를 거의 다 찾아야만 했다.
중국사람들이 원래 그런 것인지 드라마에서도, 도묘필기에서도 실명, 별명, '샤오'나 '라오'를 이름에 붙이기도 하는 등 한 사람의 이름이 여러 개다. 우시에라는 캐릭터는 본명 외에도 '티엔쩐', '샤오싼예', '다즤즈'로 불리고, '해우신'이라는 캐릭터는 본명보다 '샤오화', '화예', '아화'로 나온다. '장치링'은 '샤오꺼', '먼요핑' 등 한 페이지 내에서도 그들을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게 부른다.
처음에는 이름이 다양한지 모르고, 지역명도 몇 자인지 몰라 그냥 다 찾았다. 물론 뜻도 맞지 않았다. 그 때 찾았던 단어에 핀인과 뜻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웃기기도 하다. 지역 이름에 한 자, 한 자 열심히 뜻을 찾아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별명들이 낯설고 이름이 여러 개라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등장인물이 도대체 몇 명인지 알 수 없고, 3~4페이지 넘어가니 누가 누군지도 헷갈려 대충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다시 보니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사해를 읽으며 도묘필기 시리즈 전체를 커버하는 떡밥 해결에 문장을 한 줄 한 줄 한국어로 적어가며 읽다 보니, 문득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필사를 시도했다.
윗부분은 대화체만 적으며 여전히 모르는 단어의 뜻도 적어보았다. 현재 읽고 있는 '10년'에 나오는 단어를 이때 모른다고 찾아두었는데 여전히 사전을 찾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대화만 적으려니, 이상하다. 곧 멍해진다.
다시 첫 문장부터 써 보았다. 오늘은 딱 한 쪽만 써보자며 적기 시작했는데, 벌써 힘든지 밑으로 갈수록 글씨가 커지며 오른쪽 여백이 생긴다. 뭔가 이것도 느낌이 안 온다.
도구가 필요하다. 예쁘게 알록달록, 공부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이는 너덜너덜한 느낌이 필요하다. 쇼핑몰에서 다른 펜과 형광펜을 주문했다. ;;;
매일 중국소설을 읽고있지만 저작권 문제상 내용을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으로 영어 필사를 포스팅하는 블로거를 보면서, 나는 미라클 모닝은 죽어도 못하겠고 중국어 필사를 올려볼까 고민하다 한 페이지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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