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중국어 원서에 시간을 더 기울여보자고 다짐을 했건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장상사로 나를 인도하는 바람에 위티비에서 맛만 보자고 한 것이 무료 오픈된 16화까지 하루 만에 달려버리고 말았다. 로맨스 장르는 끝까지 본 것이 손꼽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오래간만에 나온 대작(?)이다.
원작자가 역시 보보경심 작가인 동화님이다. 영웅문 시리즈만 보던 내가 본격적으로 중드에 빠져든 작품이 보보경심이었다. 변발과 나이 있는 배우들이 어린 연기를 하는 것도 극복했다. 그런 것들은 마음 아픈 서사에 다 커버가 된데다, 너무 빠져버려서 청나라만은 1처 다부제로 가야 할 것만 같던 드라마였다.
장상사도 역시 여주인공 1명을 좋아하는 많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남자 배우들의 비쥬얼까지 너무 좋다. 역시.. 그냥 다 함께 살면 안 되겠니?
첫 번째는 사촌 오라버니, 창현.
서염왕의 적장손이다. 차분한 성격으로 필요할 때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어릴 적 부모가 친척들에 의해 전쟁터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면서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경계한다. 서염국에서 강제로 호령국으로 볼모로 내주었고, 그곳에서 호령왕희 아념을 데리고 놀러 다니며, 어릴 적 잃어버린 소요를 찾아다닌다.
두 번째는 도산경.
도씨 둘째 아들로 신족이다. 기품 있고 청순(?)하다. 고문을 당해서 죽어가던 그를 소요가 구했고, 소요가 엽십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소요가 하는 말이라면 다 한다.
세 번째는 상류.
머리가 아홉이라는 요괴로 진영국 책사이다. 흰옷과 백발로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고 나온다. 냉혹하고 악랄하게 보이지만, 자기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한다. 점점 갈수록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요를 많이 배려하는데, 소요는 모른다. 그는 정인에게만 준다는 특이하게 길러진 '고'라는 독충을 받아들여 소요의 상태를 그대로 느낀다. 머리는 아홉이나 마음은 하나란다. 벌써부터 짠하다.
아직까지 이 세 명만 나왔고, 남자 배우 한 명이 더 엮이는 것 같다.
로맨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 나라를 오가는 정치적 음모가 깔려있고, 욕망과 의심, 어릴 적 고문을 당한 기억으로 현재의 소중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마음과 책임감 등의 따뜻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그리고 양쯔 배우가 전 작품들과 달리 앵앵 거리지 않았고, 완벽한 남장은 아니었지만 남장연기가 매우 좋다.
상류랑 참 좋았는데 도산경과 갑자기 애틋해지는 분위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생략된 것만 같은 장면들이 있어 아무래도 원작을 읽어봐야할 것 같았다. 이북을 보느냐 원서를 보느냐를 고민하다가 이북 1권이 무료로 오픈되어 있어 보는 중이다. 처음부터 어린 시절이 아닌, 거지꼴인 도산경을 구하는 그 씬부터 등장한다. 상류를 만나기 전까지 도산경에 대한 묘사가 좀 더 상세하다. 초반부터 이미 소요가 도산경에게 마음이 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괜찮은 중드가 한 해 1~2개 밖에 안되어, 올해는 소년가행과 연화루가 다 한 줄 알았는데 장상사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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