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발간 초판을 다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2024 사조영웅전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타트를 늦게 할 것을 잘못했다. 티빙에 하루씩 올라오는 데다, 주말은 안 올라오기 때문에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중국에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몰라서 테무나 알리도 안 썼는데, 이번에 중국 OTT 유료결제 유혹을 어쨌든 견뎌내고 있다.
사조영웅문은 1983년, 1988년, 1994년, 2003년, 2008년, 2017년에 나왔던 드라마이고 김용 작가의 영웅문이 원작으로 워낙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2024년 드라마는 시청자가 다 알고 있지 않냐는 듯, 전개가 뚝뚝 끊어지기도 하고 매우 빠르다. 더군다나 첫 시작인 곽정과 양강의 부모의 서사가 이 스토리의 시작으로 매우 중요한데,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 초반에 회상장면으로 나와서 사조영웅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여러 번 읽은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네이버 나무위키를 보니, 이번 드라마는 '김용무협세계'라는 테마로 아래처럼 5개로 나눠서 나온다고 한다. 현재 원작 영웅문 1부작이 철혈단심이란 이름으로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이렇게 5개의 드라마로 나온다고 한다. 철혈단심 말고 나머지는 사조영웅문에서 살짝살짝 짧게 말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나올 모양인가 보다.
철혈단심(铁血丹心): 30부작 / 곽정, 황용, 양강, 목염자
구음진경(九阴真经): 8부작 / 황약사, 매초풍, 진현풍, 풍형(冯衡)
화산논검(华山论剑): 6부작 / 황약사, 구양봉, 단지흥, 홍칠공, 왕중양
동사서독(东邪西毒): 8부작 / 황약사, 구양봉, 풍형(冯衡), 탐민(耽敏)
남제북개(南帝北丐): 8부작 / 단지흥, 의화(依火), 홍칠공)》
주인공인 곽정. 18세인데 배우가 나이들어보여서 안 어울리는 감이 있다. 착하고 성실하고 진실된 캐릭터로 지금껏 본 곽정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리얼 액션을 많이 보여주는데, 배우가 열심히 노력한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2003년작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이번 황용이 역대 황용 중 가장 황용스럽다고 느꼈다.
2003년 주인 배우에게는 그녀의 중저음 목소리에 놀라고, 세상 물정 다 아는 이모 같아서 놀랐다. 이후 드라마 속의 황용들은 중국 드라마의 그저 그런 여주인공 특유의 애교 부리기 때문에 특색 없는 드라마 색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황용우 원작 표지의 동글하고 복스러운 황용과 포상은 배우가 비슷하기도 하다. 곽정과 황약사에게는 눈웃음과 사랑스러운 눈길을 던지고, 양강을 볼 때는 벌레 보듯 바라본다. 구양극보다 양강을 더 싫어하는 듯 보인다. 총명하고, 아버지를 닮아 약간 괴팍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재해석한 것이 양강과 목염자 같다.
원작을 볼 때, 나도 양강이 너무 안 되었다고 생각했고 나쁜 사람으로만 몰고 가는 주변인들이 답답했다. 그리고 이후에 양강은 나쁜 일만 일삼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번 드라마는 그가 '오늘 본 아저씨가 친아빠이며 또 오늘 그와 엄마가 동반자살을 한다.' 그리고 '친아빠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원수'였다.
충격과 심리적 고통, 혼돈 속에 미칠 것 같은데, 이 사실을 부정하는 그를 다들 비난한다.
비난하는 사람들을 피해 그는 도망치듯 떠난다. 소왕야에서 평민으로 강등되었기에 보통의 삶은 권력과 부가 없으면 더러운 꼴을 본다는 알게 된다.
별볼 일 없던 곽정은 고수를 만나 성장했고, 양강 자신은 이제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되었다.
다시 왕부로 돌아간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서사에서 오는 그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했다. 이번 주인공은 양강이다.! 배우가 비열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표정 연기를 너무 잘했고 외모도 양강같다. 더 이상의 양강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피해자로 나왔던 목염자의 재해석.
그는 양강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가 잘못해도 포용하고 기다려준다. 그래서 세상에 양강이 진심인 유일한 사람이 목염자란 것을 잘 표현했다.
매초풍. 곽정이 어린 초반에,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전환시켜주는 캐릭터이다.
조주연급의 맹자의 배우가 맡았다고 해서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화장이 곱다.;;
매초풍은 좀 사람인 듯 아닌 듯 소름 돋는 예쁜 귀신같은 느낌이어야 한다. 물이 귀한 초원에서 몇 년 살았고, 실명 후에는 왕부의 마른 우물 밑의 지하에서 살았는데 분장이 너무 깔끔하고 곱다. 이건 잘못됐다. 매초풍이 등장하면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나 몰입했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아쉽다.
서역에서 온 구양봉. 고위광 배우가 맡았다. 잘 어울렸다.
그 두꺼비 무공을 두꺼비처럼 해냈다!!!
두꺼비처럼 엎드렸을 때, 내 동공은 확장되었다. 그는 연기로 승화시켰다.
웃길 수도 있었는데 웃기지 않았다.
주백통은 생각보다 동글동글하지 않아서 여기도 좀 아쉬웠다. 노완동답게 ADHD걸린 어린아이처럼 정신없어야 하는데, 덜 정신없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단지흥. 하윤동 배우는 어릴 때 남주를 맡았었는데, 세월이 무상하다.
홍칠공이 깔끔해서 당황했다. 그리고 꽤 스마트하다.
원작을 생각해보니 홍칠공이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눈을 가졌던 것 같다. 보다보니 그는 홍칠공이다.
황약사는 날카로워야 하는 이미지인데 첫 등장시 둥글둥글해서 실망했다. 그러나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서 위엄과 은근한 공포가 느껴졌다. 역대 황약사 중 가장 원작에 가까운 카리스마 + 기괴한 분위기이다.
재미있다.! 김용 작가의 팬이라면, 영웅문의 마니아라면, 무협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봐야 하는 사조영웅문 202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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