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휘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좋다, 싫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등' 몇 개 안된다. 매일의 일상이 반복적이라 생각도 단순해졌나 보다.
또한 나이를 들어가면서 타인이 말하는 언어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기며, 언어보다는 비언어적인 것에서 그의 뜻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타인의 말은 친절하더라도 눈빛이나 팔 위치, 다리의 각도 등에서 저절로 느껴진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체로 매우 솔직한 편이지만, 상황에 따라 의도하지 않게 저절로 방어기제가 작동해 툭 내뱉은 말에 몹시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정확히 나도 내 감정을 잘 모를 때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마음은 그렇게 행동할 것이 아니었다.
어휘력의 한계, 그리고 비언어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서점을 검색해보았다.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저자의 '인간의 130가지 감정 표현법'이라는 책이 눈에 띄였다. 감정이 이렇게나 많았나?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책인듯 했다. 평점도 좋고 저자가 유명한 듯하다.
감정이 없다면 ...
(중간 생략)
플롯의 흐름은 말라붙은 강바닥을 드러내며
무의미한 사건들로 채워질 테니
이런 데 시간을 할애할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책 첫 장 내용부터 흥미롭다. 소설은 그냥 할 일 없을 때 또는 스트레스 해소로 가볍게 봤는데,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다른 각도로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감정의 노출과 한계를 보여주는 캐릭터 설정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각 감정을 다루는 분야의 권위자들의 간략한 평이 뒷 표지에 있는데, 감정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고 적용하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 1권 플롯과 구조, 2권 묘사와 배경을 최근에 읽어보았는데, 그 작가도 이 책을 참고로 보았구나.
하나의 감정 안에 '얼굴, 손짓, 목소리, 행동, 몸가짐, 생체반응, 정신적 반응,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때 나타나는 증상, 이런 상태가 억압될 때 나타나는 증상, 다음의 감정으로 진전될 수도, 다음의 감정으로 물러날 수도, 연관 파워 동사, writer's tip'의 각 항목 아래로 위 사진처럼 여러 가지 특성을 나열하고 있다.
관찰력이 대단하다. 이 저자의 관찰력과 감정의 분류방식에 감탄했다. 이 책을 완독하게 되면 글 쓰는 데 있어서 뿐 아니라 드라마를 볼 때나 소설을 읽을 때,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에도 좀 더 감정을 세심하게 이해하게 될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생에 1권의 소설은 쓸 수 있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작가가 아닌데 어떻게 쓰는가 싶었는데, 이런 글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가이드를 보여주는 책들을 읽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망상을 해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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