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소오강호 포스팅을 올리고 나서, 문득 김용 작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고등학교 시절, 나를 무협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소설이 바로 영웅문이었다.
영웅문을 제외한 모든 책은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했지만, 영웅문만큼은 이상하게도 내 용돈으로 사고 싶었던 유일한 책이다. 국내 발간일자를 기다리며 18권을 한 권 한 권 나오자마자 읽었고, 띄엄띄엄 나오는 그 책들을 찾느라 서점에도 자주 들렀다. 그래서 서점 사장님하고도 자연스레 친해졌다. 어린 시절의 무협 감성, 지금 생각해도 참 추억이다.
김용이라는 작가의 탄생
김용(金庸), 본명 사량용(查良镛). 그는 1924년 3월 10일, 중국 저장성 하이닝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문학 소질이 있었고, 대학에서는 국제법을 공부했다.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1959년엔 홍콩에서 일간지 ‘명보(明報)’를 창간하며 언론인으로도 활약했지만, 결국 그의 인생을 지배한 건 **강호(江湖)**였다.
그가 만든 세계, 단순한 무협이 아니다
작품들의 줄거리만 요약하면 “착한 주인공이 무공 배워서 악당 무찌르고 사랑도 얻는다” 이렇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김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상, 철학, 역사, 인간 본성까지 찌르고 들어간다. 그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가 쓴 작품은 총 15편. 그중에서도 수없이 리메이크 되는 대표작은 다음과 같다:
- 사조영웅전
- 신조협려
- 의천도룡기
- 천룡팔부
- 소오강호
- 녹정기
《소오강호》 속 철학과 질문
이번에 새로 영화로 리메이크된 《소오강호》는 정파와 사파, 정의와 위선, 자유와 권력… 이 모든 것을 비튼 작품이다.
주인공 영호충은 자유로운 영혼. 정파의 제자지만, 조직의 위선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다. 그 과정에서 동방불패라는 괴물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동방불패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사랑을 하고, 권력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위해 무공서조차 거꾸로 읽는다. 존재 자체가 왜곡된 캐릭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게 바로 김용이다.
문장으로 도(道)를 그려낸 사람
김용은 단순한 이야기꾼이 아니다. 그의 문장은 고전 중국어와 현대어를 넘나들고, 유교·불교·도교 사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리고 그 문장 안에서 흐르는 건 바로 ‘도(道)’와 ‘의(義)’다. 그는 무공의 화려함보다 인물의 갈등과 성장에 더 집중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처음엔 무공, 두 번째는 인간, 세 번째엔 사상과 시대가 보인다.
김용은 왜 위대한가
김용은 “무협 = 통속 소설”이라는 편견을 박살낸 사람이다. 그는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서 그의 작품이 정규 교재로 채택되었고, 그의 세계관을 연구하는 ‘김학(金学)’이라는 학문까지 생겨났다.
드라마, 영화, 게임, 만화, 심지어 연극까지. 그의 작품은 수없이 리메이크되며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전설의 퇴장,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
더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김용은 2018년 10월 30일,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여전히 살아 있다. 펜 하나로 무림을 만든 작가, 김용.
그가 남긴 인물들과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책장을 넘기며 느꼈던 그 감정들은 리메이크와 함께 각자의 추억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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