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 소식 며칠 후, 회사 동료가 채식주의자 책을 가져왔다. 그녀는 몇 년 전에 읽다가 도저히 읽을 수 없었던 채식주의자를 다시 책장에서 꺼냈다고 한다. 여전히 읽기 힘들다고 했다. 이 책을 내가 먼저 빌려 보기로 했다.
역시나 나도 앞의 첫 챕터를 본 후 책을 덮었다. 한 동안 그냥 책상 위에 있었다. 이 작가가 뛰어난 것은 맞다. 굉장히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어둡고 불편하다. 어쨌든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에 어제 일요일에 마음을 먹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 '채식주의자'이다. 영혜라는 주인공이 육식을 거부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식주의자'로 규정지었을 뿐이다.
그녀는 어릴 때 아버지의 학대를 받았고 이외 가족의 방관, 그리고 현재 남편과 정신적인 교감은 없이 밥을 차려주는 등 가정주부로서 할 일을 한다. 그렇게 존재감 없이 사회에 순응하며 살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며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되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격식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며, 말라가는 그녀의 모습이 나 역시 상당히 거슬린다.
마지막에 윗통을 벗고 동박새를 뜯어먹는 장면은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굳이?? 왜? 혐오감을 주는 행동을 했을까? 순수하게 나무가 되고자 하는 것과 상관이 없다. 남편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모습을 굳이 보여준 것일까? 그러기에는 뜯긴 동박새가 너무 처참하고, 웬만한 비위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만큼 세상이 싫었을까?
영화 '완벽한 타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만의 은밀한 비밀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보통의 인간처럼 살아들 간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세상 걱정 말고 나만 생각한다면, 뭐 행복할 수도 있겠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기에 모두가 영혜처럼 된다면 세상의 모습은 비극적일 것 같다.
두 번째 챕터가 참 읽기 힘들었다. 그녀는 식물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냥 욕망의 흐름대로, 수치심없이 행동한다. 작가가 쓰는 고결한 어휘들로 구성된 난잡한 사건이 일어난다. 영혜는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언니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다.
세 번째 챕터. '어쩌면 꿈인지 몰라..'라고 독백하는 언니. 정말 돌아버릴 사람은 영혜가 아닌 언니다. 가족이 외면한 영혜를 언니가 끝까지 놓치 않지만, 이제는 놓아버리고 싶기도 한 마지막 독백..
책 '채식주의자'에 대한 내 평은 '그냥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살아오며 만난 이들과 비교하면, 영혜의 삶은 굴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포인트에서 갑자기 정신이 나가 나무가 되고 싶은지 납득이 안 간다. 머릿속에 많이 헤집은 어려운 소설이었다.
책을 빌려준 이에게 서평을 한 마디 던지자면 뭐라고 해야할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을 '마음에 안 든다'로 말할 수는 없는데.. 또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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