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작년 여름 정도부터 중국 드라마와 원서로 된 중국 소설을 읽다 보니, 작년 연말에 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소설에 대해 분석해본 적은 없다. 다만 최근 읽은 일생일세 미인골을 읽다 보니 맥락 없이 나오는 데다 밋밋한 장면들에 '나도 이 정도쯤은?'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소설에 1%라도 재능을 보인 적은 없다. 글쓰기란 우리 때의 국민학교 일기 숙제 이후 최근 시작한 블로그 포스팅이 전부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1,000자 이상은 능력자만 쓰는 줄 알았더니, 6개월 정도가 흐르니 두서없는 글이지만 1,000자는 거뜬하다. 하면 는다. 여기서 자신감을 조금 얻었다.
나란 사람이 소설을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외에는 거의 드물게 읽었다. 하지만 한 번 써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면 소설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다. 대학생 때 '상실의 시대'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초반에 몇 장 읽고 내려놓았던 것 같기도 하다. 유명한 작가에게 소설 쓰기란 어떻게 시작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토리
소설가로 성공하기 전, 그의 스토리를 아주 심하게 간단정리하면 이렇다.
대학에서 글을 쓰는 전공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원서 소설을 중고시장에서 잔뜩 구입해 읽었다고 한다. 와세다 대학에서 연극과를 졸업했고 20대에 재즈 카페를 운영했다. 야구 경기 관람 중에 본인이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소설을 쓰면서 영문소설 번역가로 일했다. 30대에 가게를 접고 앞이 불투명했지만 소설 집필만 몰두하여 결국 성공했다.
이렇게 요약하니 이 책에 대한 매력을 해친 듯한 느낌이다. 다시 스토리를 간단정리하면, 그는 20대까지 기존 제도를 비판하고 일탈하는 면이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 고등학교 시절,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고 좋아했던 영문 소설을 무작정 많이 읽은 것이 기본이 된 것 같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책을 무척 좋아했다. 강한 의지와 규칙적인 체력관리, 인생을 전부 거는 승부수를 두었고 그것에 더하여 그가 언급하기도 한 '물 때'를 잘 만났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가가 되기 위한 조언
소설가만의 '오리지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독자적 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업시킬 것, 그러면 이 독자적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기준의 일부가 되고,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샅샅이 읽으면서 시야가 어느 정도 내추럴하게 상대화시킬 것, 책에 묘사된 온갖 감정을 거의 나 자신의 것으로 체험하고, 상상 속에서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온갖 신기한 풍경을 바라보고 온갖 언어를 내 몸속에 통과시키기. 이로서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세계를 바라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라고 한다.
소설가로 성공한 이후에 엄격한 비판의 세례, 친한 사람의 배반, 생각지 못한 실수, 어떤 때는 자신감을 잃고 어떤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실패하는 등 온갖 현실적인 장애를 맞닥뜨리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설이라는 것을 계속 쓰려고 하는 의지의 견고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단은 만전을 기하며 살아갈 것'을 충고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장기전으로 의지만 가지고 강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고, 사람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닌 겉모습, 언행, 특징 정도를 눈에 담는다고 한다. 머리 속에 넣었다고 조각조각 꺼내어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의 가치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 부자가 되는 비법서 같은 서적의 종류와 그의 인생관은 닮아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들 즉, 메타인지, 꾸준함, 성실함, 휘둘리지 않은 본인만의 가치관, 육체적 강인함, 갑자기 찾아온 행운의 운을 놓치지 않은 것 등이다.
소설 쓰는 본인만의 기준뿐 아니라, 인생의 후배들에게 본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던진다. 소설가이기 때문인지 세상을 보는 눈이 관찰자적 입장이며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세상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날린다.
성공한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쉽게 뒷담화하는 권위 있는 사람들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은 그의 과업 실현, 일본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한다는 그의 견고한 의지까지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다.
이외에 여러가지 시선들
책을 읽다보니 요즘 이슈인 대선과 관련하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아무리 거기에 올바른 슬로건이 있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어도 그 올바름이나 아름다움을 뒷받침해줄 만한 영혼의 힘, 모럴의 힘이 없다면 모든 것은 공허한 말의 나열에 지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는 나의 마음을 때렸다. '모럴의 힘', 이것에 대해 회사 사람과도 이야기해보았지만, 종교단체 수장을 뽑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지나, 이미 다져진 정치 시스템을 위해 친일파들을 그대로 기용한 것과 마찬가지 생각인 듯 보이는데, 이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이겠지. 그리고 모럴을 갖춘 정치가란 소설 같은 이야기일지도? 암튼.
그리고 '상상력을 가진 아이들의 상상력을 압살하지 말라'는 메시지까지. 뜬금없는 메시지지만, 개별적인 재능을 무시하고 동일하게 만들어버리려고 하는 학교제도란 이런 것이기에 나도 동의한다.
소설가로서의 삶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인생을 살면서 생각하게 된 메시지들을 던지는데, 동의하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빨리빨리 페이지를 넘기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의 문체와 시선들, 꽤 멋진 책이었다. 그의 소설도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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