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말에 심은 튤립 구근들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튤립 구근 심기는 아래 포스팅 참조
이번 겨울에 추워서 어떡하나 싶었다. 메말라 보이는 딱딱히 언 땅 아래 있던 구근들. 심지 않은 자들이 눈 오는 날에는 눈을 쓸어 모아 그 위로 올려놔 속이 부글부글했다. 구근들이 더 추울 것 같아 걱정이었다. 10cm 정도 땅을 파 심었지만, 10cm는 그다지 깊지 않기에 얼지 않고 잘 버텨주길 겨울 내내 바랐다.
2월에 잠깐 따뜻해질 때쯤, 여전히 딱딱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싹이 돋아났다. 튤립들은 생각보다 독했다. 그리고 다시 추워진 3월이지만, 굵고 튼튼하게 올라오는 싹들에게 감탄을 보내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튤립의 계절인 4월이 왔다. 4월 초부터 만개를 기다리며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다.
다양한 종류를 심었는데 튤립 같지 않은 꽃봉오리가 가장 먼저 올라왔다. 거름을 주었다. 거름이 독해서 싹에 닿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잘 몰라 싹 위에 뿌렸다가, 지적을 받고 다시 가장자리로 잘 뿌렸다.
노랑이는 몇 겹의 꽃잎이 튤립 같지 않아 보이지만, 튤립이다.
4월 한 달을 위해 4개월 동안, 어둡고 차갑고 딱딱한 땅 속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꽃보다도 빛나게 피어났다.
아침에 닫고 낮에 열리는 꽃잎들이 말을 거는 것 같다.
햇빛 아래 더욱 찬란하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힘껏 4월의 봄날을 누리고 떠나는 튤립이 너무 좋다. 봄의 시작과 끝인 튤립.
구입한 구근이기에 어떤 꽃잎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조금 했는데, 아주 만족한다.
옆집은 하우스 튤립을 사서 들여놨지만, 키만 크고 연약하다. 모든 것은 거칠게 자라야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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