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24에서 1달 반간의 무료 북클럽을 이용 중이다. 로봇? 이 읽어주는 일정한 음 간격에 책을 읽다가 잠을 자기도 하고, 다른 것을 하면서 듣기도 했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마치 라디오를 틀어놓은 듯한 느낌으로 관심 가는 부분만 살짝 들리는 정도였다.
메인화면에 '불편한 편의점'이 계속 떠있었다. '불편한', 이 단어 자체로도 불편하여 지나쳤는데, 계속 눈에 띄다보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조금 맛만 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운로드하였다.
로봇의 일정한 운율의 무미건조함을 벗어날 만큼 내용이 흥미진진하여,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외근나갈 때 차량 안에서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 들었다.
소설의 도입부, 노숙자를 품어주는 은퇴 교사의 포용적인 마인드부터 마음에 들었다. 조그마한 불편함에도 나의 권리만 챙기려는 주변 사람들에 질려서일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가 낯설고 궁금해졌다.
그녀 나이 때에 자식에게도 휘둘릴 법한데도 직원들의 생계를 더 걱정해주는 자기만의 고집이 있다. 직원들이 잘 되어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에도 편의점에 새로운 직원이 와서 적응하는 과정에 본인이 일을 가르쳐주며 직원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동네 장사인만큼 단골들 또한 불편해질 텐데도 기꺼이 쿨하게 축하하며 보내준다.
노숙자, 더군다나 기억상실증에 술 냄새와 목욕을 오랫동안 하지 못해 나는 쪄든 냄새, 이 불편한 인간을 직원으로 채용할 생각을 하다니. 노숙자 독고씨, 그는 의외로 똑똑하며 성실해서 둘째 날부터 척척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 관심이 편의점 주인에게서 독고씨로 옮겨왔다. 불편할 것 같은 그가 불편한 편의점을 편하게 만들어가는 아이러니.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일하는 사람은 야간에서의 위험, 저임금 등을 감수해야 하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집 가까이에서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원하는 물건을 편하게 사는 곳이다. 편의점은 돈만 지불하면 끝나는 몇 초간의 만남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위계를 찾는 사람들. 그런 것을 소설로 만드는 이 작가의 관찰력과 소설 속 인물들 간의 관계성을 엮는 이야기.
노숙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뒤로 갈수록 커져만 가고, 그와 드나드는 손님과의 연결 과정에서 '기승전'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해 준다. '결'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긴 하다.
이 소설은 우리가 평소 직면하지 않는, 아니 직면하려고 하지 않는 것들을 건드린다. 불편함을 느끼게하는 그 사람과 솔직한 대화를 해보라는 메세지. 원인은 내가 외면 중인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가족이라면 더욱.
그리고 인생의 길에 내 처지가 좋지 않아도 나의 가치관을 잃지말고 바른 곳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 등등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보니 어딘가에 표현하기 시작하며, 불편함을 굳이 찾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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