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싶지만, 시간은 나지 않는다며 집안일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누워서 이북을 소리로 듣는다. 국내 에세이 같은 경우 나와 비슷한 성격의 작가와 지나치는 일들에 대한 그의 통찰을 들으면 반갑기도 하지만, 매우 소수의 확률이다. 책을 듣는다는 것은, 정신이 없기도 하고 기억이 남지 않는다. 눈으로 읽는 것과 듣는 것은 정말 차이가 많다.
그래서 소음처럼 틀어두다가, 가끔 벌떡 일어나 눈으로 볼 때가 있다. 회사생활에서 갈굼 당하면서(?) 오는 마음의 가난함, 여기서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임계점을 넘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그런 상태에서 철학 책을 열심히 검색했다. 그리고 쇼펜하우어의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가 눈에 띄었다. 소진된 상태로 누워 듣다가 글이 좋아서 다시 핸드폰을 들고 듣기 기능을 끄고 눈으로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노트에 적었다.
한 마디로 자신에 대한 포지셔닝인 것 같다. 일부 발췌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가 체험하는 모든 것은 개성에 따라 달라진다. 개성의 성향이 약하면 어떠한 향유도 즐길 수 없게 된다. ... 일 자체보다는 그 일을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감수성과 그 강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운명은 변해도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 고상한 성격, 뛰어난 두뇌, 낙천적 기질, 명랑한 마음, 건강한 신체와 같은 내적인 자산이 행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각자 살아가는 세계는 무엇보다 자신의 세계관에 의해 좌우되므로 생각의 차이에 따라 크게 다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시간의 종점이 아닌 중심점을 마음속에 지니며 생활한다."
발췌한 문장에 위아래 붙어있던 전 문단을 함께 봐야 이 문장의 맥락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명랑', 원서의 원래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다른 사람의 세계관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중심점을 항상 생각하고, 잃어버리면 안 되는 나의 명랑을 의식할 것.
1788년생인 쇼펜하우어의 말들은, 몇 백 년을 넘어 2024년의 나를 위로해 준다. 철학자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쉽다. 아니면 번역가가 번역을 쉽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철학책을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다시 읽고, 그중에 일부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검색을 통해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해석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기도 했다. 이 책은 한쪽씩 주제가 있고 몇 장은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느낌으로 술술 넘어간다.
검색해 보니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자신의 생각이 감정을 결정한다는 등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매 챕터마다 내 마음을 가다듬었고,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지금 이 순간을, 매일 나아가며 업데이트된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리라.
마음이 지칠 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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