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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볼만한 곳

석포숲공원. 최단 시간에 산 전망 볼 수 있는 곳

by 챠티스트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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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일로 쉬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알차게 무엇을 해볼까 생각해 보았다. 체력단련 및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생각에 주변에 짧게 오를 수 있는 산을 검색해 보았다. 블로그에 석포숲공원이 나왔다. 2,000걸음이면 휘딱 올라간다는 것이다. 경관도 좋다.
 
계획은 '아침을 대충 먹고, 운전해서 석포숲공원 주차장으로 간다. 산에 짧게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일반적으로 산 밑에는 (운전을 해야해서 동동주는 못 마시겠지만) 맛집이 있다. 밥을 먹고 근처 저수지가 보이는 대형카페로 이동해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온다.'였다.
 
생수만 챙기고 출발! 
 
 
 
 

 
주차정보는 여러번의 검색을 통해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 176-1'을 반드시 찍어야 함을 알았다. 직접 가 보니 주변에 전원주택들을 짓느라 어수선하고, 석포숲주차장이라는 표시가 없기 때문에 그냥 간다면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사진상으로 '소자의집'이 보이면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오른쪽이다. 차는 7대 정도 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편의점, 화장실이 없다. 오기 전에 어디에서 해결을 하고 와야 한다. 
 
주차비, 입장료 모두 없다. 아무래도 주차장 규모가 작아, 주말에는 주차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주차 후 왼쪽으로 걸었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예상하지 못한 채 고양이가 나타났다고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올라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방향을 모르겠지만, 이정표도 없고 주택만 나오지만 길이 이것 하나뿐이었으니 맞지 않나 싶었다. 
 
 
 

불길한 예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을 때, 이 펜션의 표지판이 보인다. 석포숲가는 길은 왼쪽이란다. 맞게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빨간 건물을 오른쪽에 두고 샛길로 걸어갔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석포숲공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 길의 느낌. 꽤 걸은 것 같은데 11분을 걸어갔다. 맞나?
 
 
 

 
드디어 저 끝에 단장한 꽃들이 보인다. 이 길인 것 같은데 앞에 못 들어오게 표시가 되어있다. 차들을 못 들어오게 한 것인가 싶어서 들어갔더니 큰 개들이 짖어댄다. 주인인 듯한 분이 나와 쳐다보시길래, 석포숲가는 길 아니냐고 여쭤보니 오른쪽 길이었다고 한다. 다시 되돌아 나왔다. 

 
 
 
 

 
똑같은 모양의 길을 쭉 걸었다. 혼자라서 무섭다. 이상한 사람이 나타날까봐 걱정되며 빠른 걸음을 옮겼다. 12분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잔디가 보인다. 공원이다. 
 
 

 
이정표가 나왔다. 25분 정도 걸어왔는데 주차장이 0.3km라고?
그리고 이 이정표들을 잘 읽지 못한데다, 검색했던 블로그의 내용을 잘 읽지 않고 사진만 기억했던 나에게 곧 엄청난 시련이 닥쳤다. 
 
 
 

 
석포숲공원 모습과 산 조망이다. 첩첩산중이라는 말 다운 멋진 광경이다. 0.3km 길로 올라왔으면 완전 꿀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나도 거기로 내려갈 것이라는 망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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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착각으로 인한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갔어야 했다. 석포숲공원은 이 사진이 다이다. 그러나 아침에 아직 잠결이었던 내 기억 속에는 '전망대', '빠르게 올라가는 계단',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평탄한 길', 이렇게 3가지였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왜냐하면 "용인 석포숲공원은 손창근 선생께서 용인.안성시 소재 사유림 662ha(약 200만 평)을 2012년 4월 5일 식목일(제67회)을 기하여 국가(산림청)에 기부한 재산이다."이라고 하였으니 규모가 있는데 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이었다. 
 
 
아까 그 계단 또는 이 사진의 오른쪽길로 가면 전망대가 나오는 줄 알았던 것이다. 오늘 둘 모두를 다녀왔다. 
 
 
 
 


'난 최고의 전망을 볼 것'이라는 결심으로 계단을 올랐다. 정말 쌩 산이다. 낙엽이 20cm 정도 쌓여있다. 발이 푹푹 빠지며 자북자북 낙엽 밟는 소리가 크다. '전망대 가는 길이 왜 이래? 이정표도 없이'라고 투덜대며 그래도 올라갔다. 쭉 같은 모습의 산이다. 이 낙엽 쌓인 것을 보니 산불이 왜 크게 나는지 알겠다. 정말 바싹 마른 데다 잔뜩 쌓여있다. 
 
 
 

 
10여분 정도 걷다보니 불길한 기분이 든다. 갑자기 소리에 민감해진다. 이상한 동물소리, 새집 짓느라 민감하게 내 쪽을 향해 가지를 바꾸며 나는 새들, 모두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낙엽 밟은 자국은 많지 않아 거의 내가 처음 밟고 있다. 많이 이상하다. 더군다나 나는 길치이다. 낙엽만 쌓인 길을 다시 되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 119를 부를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안테나? 가 한 개도 안 떠있다. 암튼 현재 수신불가 지역에 있는 것이다. '헉!' 바로 뒤돌아 걸어 내려왔다. 내가 밟은 낙엽 자국을 잘 찾아서 그대로 밟고 내려가야 한다. 급하게 내려가다가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다행히 푹신하다. 
 
 
 
 

 
다행히 잘 찾아서 내려왔다. 안도감이 들었다. 이후 바로 0.3km라는 주차장으로 내려갔어야 했다. 
 
 
 

 
아마도 또 오게 될 것 같지 않아, 오늘 꼭 전망대를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래서 내가 길치인가보다. 검색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또 고생길에 올랐다.
 
공원 오른쪽의 그 길을 걸어갔다. 이번에는 중년의 부부와 어떤 아저씨가 공원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게다가 한참 올라가다, 아래로 내려간다. 산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댔으니까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그러나 경사도가 낮아도 분명 내려가고 있다.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열고 내 차 위치를 목적지로 정했다. 전망대고 뭐고 가야겠다. 뒤돌아가는 길은 더 멀다. 내비상 돌아돌아가도 갈 수는 있다. 세 길이 나오는 곳에서 반드시 잘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옆으로 산 밑으로 가는 계단은 없나 살펴보았지만 없다. 

 
 
 

 
40여분을 걸으니 드디어 나타난 세 갈래의 길. 이곳은 애덕고개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묘가 있는 미리내성지로 가는 길이 나왔다. 신자는 아니지만, 경기도 광주 천진암을 갔을 때 느낌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미리내성지도 결국 다녀왔다. 
오늘 예상과 달리 많이 걸었다. 14,000여 걸음. ;
 
 


 
석포숲공원은 주차장에서 계단 올라가는 길이 가깝다고 하니 0.3km의 가파르지만 짧은 거리로 좋은 산 전망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아이들이 있다면 내가 갔던 10여분 정도의 돌아가는 코스로 올라갈 수 있다. 
 
기부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손창근 선생님과 가족 모두의 결심에 존경심이 든다. 비록 고생은 했지만 좋은 전망으로 쉼이 되었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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