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을 갔다. 상영 중인 영화 중에 드림이 눈에 띄었다. 감독을 검색해 보니 이병헌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스물, 과속스캔들, 극한직업을 봤었는데, 모두 꽤 유쾌하고 인상에 오래 남는 영화들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티켓을 구입했다.
정말 오랜만이라 의자를 일자로 펴서 누워서 볼 수 있는지 몰랐다. ;;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말 옛날 옛적에 극장에 갔었나 보다.
관객도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 대관한 느낌이었다. 거리낄 것 없이 막 웃고 떠들며 보았다. 영화보다는, 같이 간 사람들과 대화하며 영화를 본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상영이 거의 끝나가는 영화를 보러 간다면, 운 좋을 때 이렇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평은 극한 직업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본 탓인지 그다지 썩 좋지는 않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신파적 요소를 억지로 끼운 느낌이 든다. 아마도 실제로는 노숙인들과 그 가족과의 해피엔딩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전 세계 홈리스들이 모인 축구대회.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고 의지를 다시 갖게 하는 좋은 취지의 경기인 것 같다. 과거에 함께 했지만 지금은 다가가지 못하는 가족에게, 말 대신 자신의 진심을 축구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다. 가족이 우연히라도 이 경기를 본다면 다시 나를 봐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홈리스가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생긴다. 무엇엔가 다시 불태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진정한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그런 것.
"기록을 남기려고 왔습니까? 아니면 기억을 남기려고 왔습니까?"
거의 영화 끝에 이 대사가 마음에 쿵 와닿았다. 내가 이렇게 사는 이유가, 의미가 무엇인가?? 그냥 막 시간을 버리며 살고 있는 나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축구 경기를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많이 나왔다. 각자의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서사가 부족해서 매우 아쉽다.
박서준 배우의 비주얼만 기억에 남는다. 축구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엄청 운동을 한 것 같다. '서진이네'에서도 보았지만 그는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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