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소설을 써보겠노라 막연히 생각을 하고 있다. 소설 작법서들을 둘러보고 나서야 요즘 웹소설로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고도 하고, 내가 또 그 업계 끝물 즈음에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하다 말 수도 있다.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지 모르니까 도서몰을 두리번거렸다.
작법서 중에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책을 골라보았다. 183페이지로 상당히 작고 얇은 책이다. 리비 호커라는 작가가 30편의 소설을 썼는데,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데 고작 4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3주면 소설 한 권을 쓴다는 것이다.
이 작가가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비 호커로 검색해 보면 번역본은 아니지만 원서로 리스팅 된다. 머리말에서, 출판사에서 발간하겠다고 작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을 보면 소설가로서 성공한 사람인 것 같은데, 소설을 쓰는 기간이 3주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속전속결!
작법서가 재미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소설가라 비문학적인 문장도 뭐랄까? 리듬이 있고 재미있다. 그리고 제목대로 '핵심'만 간결하게 써서 그냥 술술 읽힌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적대자'에 관한 것이다. '나쁜 놈'이 아니었다. '주인공과 똑같은 외적 목표를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오히려 '조력자'가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결함을 직면하게 하여 플롯을 절정으로 몰고 가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여태 적대자와 조력자를 반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명을 보고, 그동안 읽은 소설이나 웹툰 등을 되돌아서 생각해 보면 정말 적대자와 조력자의 역할이 이랬던 것이다. 편견이 이렇게 무섭다. 이렇게 정리를 잘해주니,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
그리고 외적 목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처음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을 읽으며 나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책은 이야기의 뼈대, 이의 핵심요소 5가지, 플롯, 전개속도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다. 그리고 본인이 읽었던 소설로 스스로 핵심을 다질 수 있는 질문과 표가 구성되어 있다.
2021년도에 제임스 스콧 벨님의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를 5권을 읽었었다. 난해하고 5권을 한 번 대강 본 이후의 생각은 소설 쓰는 것 자체가 어렵고 고통을 수반하는 어려운 길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막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이 책에서 제시한 뼈대를 바탕으로 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소설을 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족집게 과외선생님 같은 느낌의 책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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